앞의 포스팅에서 노하우나 신기술, 즉 어떤 무체물(intangible)을 개발한 후에는 반드시 이를 구체화하여 법적 소유권(legal ownership - “LO”라고 하겠습니다)을 획득한 후에야 상품화가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LO를 획득한다고 하는 것은 특허든, 실용신안이든 그런 보호제도를 둔 국가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저작권(copyright)의 경우는 등록이 없어도 저절로 생기긴 하지만 구체화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무체물’을 상품화를 위해선 구체화가 필요하고, 그것에 대한 LO를 획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과 같습니다. 임야나 건물 자체로는 상품이 아닙니다. 그냥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사람(예: 그 땅에 무단으로 일정기간이상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임자, 그 뿐이지요. 하지만 법원등기를 통해 법적 소유권을 생성합니다. 그 시점에는 법적 소유자에게 법적인 보호와 함께 자신에게 경제성을 띈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상품이 됩니다.
사진: 스위스 제네바의 무단점유자(squatters)들이 점유한 Rhino House (출처: Wikicommons)
무체물의 독점 = 무형자산
무체물의 경우에는 LO를 획득함과 동시에 공식적이든, 실효적이든, 어떤 경제적 효익을 미칠 수 있는 ‘자산’ (=무형자산)이 됩니다. 이는 LO로 인해 그걸 소유한 자에게 부여된 배타적인 ‘독점권’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대로 LO가 없는 무체물은 그걸 활용하는 전문가나 기술자의 머릿속에, 또는 어떤 문건 상에만 존재하므로, 그게 아무리 쉽게 공유/공개되지 않더라도 사실 다른 이가 충분히 동일한 것을 만들거나 훔치거나 해서 자기 것이라고 우길 수 있지요. 반면, 무체물에 대한 LO는 그 기술을 특정하여, 묘사하고, 그에 대한 법적으로 유효한 소유권(또는 독점권)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유재산(private property)을 보호하는 법제도가 있는 국가에서는 함부로 남이 먼저 LO를 획득한 무체물을 무단 활용(도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는 한정된 기간 내에서만 가능하지만 말입니다.
그림: 1889년도에 출원된 골프 티(tee) 특허 (출처: Wikicommons)
독점으로 인한 초과수익
여기서 ‘무체물’과 초과수익(non-routine profit, excess profit)의 상관관계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경쟁적 우위(예: 경쟁업체와의 차별화와 원가절감 등)를 통한 초과수익 창출에 있습니다. ‘무체물’ 자체로는 그야말로 누구나가 그걸가지고 ‘이게 뭐다’라고 규정하거나 또는 '그게 맞다'긍정하거나 ‘그게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 있고, 누구든 만들어낼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불특정한 '그 어떤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배울수 있고, 전수할 수 있는 ‘창작물’이지요. 어떤 종류의 창작물이든 시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언젠가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무체물’을 그냥 점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어떤 수익을 답보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초과수익은 상대적인 개념이지요. 시장에서의 경쟁자를 적극 견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과수익이란 것은 경쟁업체들이 달성하는 일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a 수익입니다.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것은 잠시는 가능할지모르나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일정기간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답보하기 위해서는 무체물에 대한 어떤 '적극적인 방어수단'(예: 기술/노하우에 대한 경쟁업체의 접근권 제한, 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이 더해져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그 무체물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바로 LO를 통한 독점을 확보하여, 시장 지위를 확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독점은 시장에서의 경쟁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어쩌면 불완전경쟁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창의성있는 무체물을 개발 또는 확보한 이에게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이 정도 되어야 무체물이 비로써 상품, 즉 무형자산으로써의 가치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 때야말로 ‘무체물’을 경제적으로 ‘무형자산’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음 포스팅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다국적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IP Center는 이런 ‘적극적인 방어수단’의 일환입니다. 이게 없으면 ‘초과수익’은 그야말로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판단
자, 독점의 지위를 가지는 것이 과연 도의적이지 못한걸까요? LO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매우 당연한 산물입니다.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의 요체이지요. 이를 '무체물'에 대해 적용한다면, LO를 가지고 있는 사람(법적소유자)에게 그만큼 창의성 자체에 대한 효익을 일정기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요. 꽤 공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사진: 미국의 사유재산 경고 팻말(Wikicommons)
독점에 대해서, 이전가격 측면에서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자본수입국의 입장에서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 무체물을 많이 보유한 자본을 들여왔을테고, 이들이 자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익, 또는 초과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을 처음에는 인정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수산업/시장의 성숙화가 어느정도 진전이 된 후에는 자본수입국도 생각을 바꾸게 되지요. 이제 외국자본이 뭔가 자꾸 뺏어간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 수준이 될 때까지, 그 외국자본이 내수경제에 기여한 많은 부분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지요(이 시점이야 말로 외국자본입장에서 투자 회수가 시작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 이전가격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자본이 애당초 들어오지 않는다면 개도국 홀로 어떤 정해진 시간안에 자생력을 갖춘다는 것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무체물’, '무형자산'의 문제에서 만큼은 전 닭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달걀이 무체물이라고 한다면, 닭이 이를 품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할 경우 ‘부화’라는 가치의 실현과 '또 한마리의 닭'이라는 미래의 가능성 창출은 아에 없었을 것이기 마련이니까요.
달걀(무체물)은 그야말로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는 시장에서 아무 가치가 없지요.
어떤 무체물을 개발해 놓고 초과수익이 날 것을 그저 기대한다고 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초과수익을 낸다 함은, 무체물의 가능성과 내제적 활용성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초과수익이라는 목적에 집중하여 이를 위한 목적지향적인 행동(Action)을 취해야 하는 것이지요.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말을 한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동(action)은 현실적인 것이다. 계획되었지만 실현되지 못한 어떤 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적인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행동은 노동(labour)과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행동'이란 결과 달성(the attainment of ends)을 위한 수단 활용(the employment of means)을 의미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무형자산으로 인한 초과수익의 실현과 다국적기업이 이를 세무상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BEPS에서 이를 어떻게 문제 삼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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