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7일 금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I) - 기본개념 (수정됨)

예전의 약속대로 BEPS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Intangible(무체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까합니다. 

우선 기본 개념 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법률상 ‘무형자산’(intellectual property, intangible property, intangible asset)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뭐 대단한 노하우나 기술이라기보다 엄연하게는 어떤 구체화 된 그 무엇을  '~ 가 소유한다' 또는 '~가 활용한다'는 식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을 명시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그 보호/약정이라는 것은 크게는 국가가 특허, 실용신안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고, 기업과 기업간의 관계에서는 라이센스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이는 원래 19세기 서구유럽의 급격한 산업화를 가능케 했던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공정의 많은 부분이 인간을 대체하는 산업기계가 도맡게 되면서 그 기계나 발명된 기술자체를 활용하여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얻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독점은 곧 초과수익으로 연결되지요. 그 외에는 그 기술의 사용자로부터 ‘지대'(rent)와 비슷한 개념인 ‘사용료'(royalty)를 받아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기술자체를 아예 타인에게 매매할 수도 있는 것이었죠..

어떻게 생각해 보면 거참, 못 파는게 없습니다. 한강 물 퍼다 팔았던 봉이 김선달 보다 낫습니다. 눈에 안보이는 걸 파니까요.  안보이는 것을 (독점을 위해) 보호받고, 또 그 안보이는 것을 빌려주고, 매매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그 안보이는 것을 뭔가 보이는 것으로 구체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독점또는 점유해서 임대/매매 행위, 즉, 상용화 (commercialise)하려면 어떠한 형태로든 그 속성을 인식하고 규정하여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나와야 합니다. 안보이는 것, 그게 바로 영어로는 ‘intangible’ 이고, 법률용어로 하면 ‘무체물’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누가 BEPS실행계획 8번 보고서의 ‘intangible’을 '무형자산'이라고 번역했던데, 그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입니다. 그 보고서상에서는 intangible을 intangible property 또는 intangible asset과는 명백한 구분을 두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무체물’을 상용화 하기 위해 구체화시킨 것을 ‘무형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형자산’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되었기에 그에 대한 매매/양도(transfer) 행위가 가능한 것이고,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이를 법적으로 점유/소유( possess/own)하는 상황에서 매매를 통해 그 소유권(title)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개념을 적용하는것이 가능해 진 겁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상품 처럼 소유하고 돈을 받고 팔아 넘기기 행위(거래)를 위해서는 ‘사유재산’ 또는 '재산권'을 인정하는 법률체계가 존재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두 당사자간 ‘소유권’의 이전에 관한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에서 그런 행위가 발생해야 하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안보이는 것, 즉 '무체물'이 무체물로만 존재할 때에는 그것을 만들거나 개발한 사람, 즉 오로지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게만 그 효용성(utility)이 있을 뿐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그런 사람만이 그 무체물을 활용해서 어떤 효익을 얻으니까, 소위 조세법률적인 표현상 '경제적으로 소유한다'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화가 짐짓 가능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소유권이 생성되지 않은 상태이지요.  하지만, 그 사람이 그 무체물을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하여 법적이든,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통하든 어떤 소유권을 획득하면, 그 자체로 일종의 상품(=무형자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성됩니다. 다시말해 앞서 말한 '경제적 소유권' 이외에 대외적으로 그 무체물이 구체화된 형태로 '인식'되어 보호받고, 또 이를 사고 팔수 있는 '자산'이 생성된 것입니다. 

'무체물'이 구체화되어 상품의 속성을 가지게 된 것이 '무형자산'입니다.  개인이 무체물을 생성/발명하여 점유/활용하여 그 독점적 효용성을 누리는 것을 '경제적 소유권'이라고 한다면, 이를 구체화하여 사유재산이 허용되는 환경내에서 이를 상용화 할 수 있는 어떤 공공성을 획득한 상태는 '법적소유권'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는 것, 이 둘간의 상관관계를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국적기업은 이를 활용하여 내부적으로 상당히 다양한 거래를 수행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계열사간 ‘라이센스' 또는 '원가분담약정'등의 거래형태입니다).   이에 대해 OECD는 BEPS를 통해 태클(tackle)을 건 거구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런 개념들이 기본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해서,  BEPS실행계획에 포함되었는지에 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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