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III)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11

11번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손목시계 회사 Primair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번에는 판권계약 조건이 조금 달라지는 군요

 사실관계
 아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9번 예시(링크 참조: http://vincent175.blog.me/220777708200)와 동일합니다. 
S가 Primair와 체결하는 계약(판권계약 #3) 조건이 조금 달라집니다: 
 판권계약#2
 판권계약#3

  1. R 제품 판매/마케팅에 관한 독점 판매권 (Y내에서만 유효) 
  2. 장기계약 (5년간 유효; 추가 5년 연장 가능) 
  3. 사용료 없음
  4. Primair 매입 시 기능통화는 Y통화
  5. 수입후 S가 전적으로 재고 위험 부담

  1. 좌동
  2. 단기계약 (3년간 유효; 재계약 조건 없음)
  3. 좌동
  4. 좌동
  5. 좌동

  •  9번 예시에 비해 S가 부담하는 위험수준이 높습니다만, 이에 상응하여 보상해 주는 공급가격(P2)의 조정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그런데다가 다른 비교가능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데 비해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BEPS효과
  우선 위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다음 사항들이 어떤 증거자료를 통해 입증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답니다: 전제A: 독립기업입장에서 자신이 직접 마케팅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조건임에도 이런 판권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자신의 기능/자산/위험에 상응하는 경제적 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임. 
 전제 B: S와 비교가능한 독립기업(“비교가능업체”)입장에서  단기판권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에서는 마케팅/유통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음.

  •  전제 A, B에 근거한 바, S가 부담하는 위험(예: 마케팅활동에 따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은 9번예시 보다 더 큰데 비해, 그에 상응하는 댓가(compensation)의 조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 BEPS논리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가능업체보다 낮은 수익이 난다는 거지요. 또한 판권계약#3은 단기계약이기 때문에  그런 조건이면 S가 R브랜드로 인한 경제적 효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조차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OECD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S가 R브랜드/상표 가치에 대한 기여도에 상응하는 대가를 Primair로 부터 보상받아야한다는 것이 여기서의 BEPS논리이지요. 
  • S에 대한 보상은 다음 형태 중 하나를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마케팅/시장 개발 활동으로 인해 창출된 기대가치(anticipated value)에 근거한 직접 보상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2. R공급가격의 하향조정


[생각]

우선 11번 예시와 같은 단기 판권계약이 체결되게 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부터 구성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수관계자간의 판권계약체결 행위는 독립기업 관점에서 철저히 당사자간의 협상력이 어떠했을지를 추정해봐야 합니다. 

BEPS 8-10보고서를 보면 자꾸 S가 뭔가 대단한 걸 많이 하는 것 처럼 내용이 쓰여졌는데, 오히려 엄격히 독립기업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S가 향유했을 만한 협상력은 Primair보다 낮은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개별 당사자 입장에서 한번 보겠습니다:

[Primair 입장] Primair입장에서 보면 Y시장이든, R브랜드든 그리 큰 가치를 두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어떤 초과수익력이 있거나, 그런 기대치 자체가 있었다면 Primair입장에서는 lump sum으로든 running royalty조건이든 S로부터 사용료를 지급받는 조건을 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상으로 흔쾌히 계약해 주었습니다. 물론 공급가격(P2)에 이미 미미한 수준으로 나마 premium은 반영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다른 계열사/거래처에 비해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R브랜드의 수명주기가 쇠퇴기에 근접했기에 이미 Primair그룹의 주력브랜드의 범주에서 제외되었으며, S가 아무리 R에 대한 마케팅에서 실패한다 한들, 그룹차원에서는 당장의 회사 이미지나 수익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Y의 소비시장은 아직 성숙도 측면에서 Primair의 주력브랜드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으며, S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Primair가 직접 시장 개척을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현지 상황을 잘아는 S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Primair라는 회사 인지도를 어느정도 고취시켜보고, 때가 되면 상황에 따라 별도의 판매자회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S의 입장] Y지역 로컬회사인 S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R브랜드 자체는 Y시장에서는 현시점상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예시당초 Y지역 내에서는 아무도 알리 없는 상표조각 하나에 큰것을 기대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Primair사 자체의 세계적인 명성과, 한 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R브랜드에 대해서 S의 경영진이 모를리는 없습니다. R은 누가뭐래도 Y시장에서 만큼은 어느정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해외 패션시계 브랜드의 수입판매를 영위하는  S의 관점에서 볼 때,  판권계약#3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Primair로부터 유입될 브랜드 관리 및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와 자료, 그리고 전문지식은 두고두고 S에게 자산이 될 것입니다. S는 예당초 특정 유명 브랜드에 예속될 의도가 없습니다. 당장은 다른 자신들의 경쟁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내수시장에서 다양한 패션시계 브랜드 캐리어로써의 입지를 굳혀 나갈 계획이고, 나중에 때가되어 자체브랜드도 만들 계획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급 노하우/경험 축적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세계적인 기업 Primair와의 협업기회는 S에게 이득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고 어느 것 하나 크게 잃을 것 없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S 입장에서 조금 더 유리한 계약인 것 같으나, 3년이라는 기간은 서로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으로 보이며 재계약 조건을 두지 않음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는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는 의도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BEPS효과를 한번 비평해 보겠습니다.  우선 위의 전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전제 A는 별 문제 없습니다. 자신에게 이득이 안되면 누구든 판권계약#3 같은 계약 자체를 체결안한다는 것에는 이견없습니다.
  • 전제 B가 문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S와 같은 소규모 로컬 수입업체 입장에서 세계유명 브랜드와 단기 판권계약을 체결할 의향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용료 지급조건이 없는 계약입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장기가 아닌 ‘단기’조건이라고 해서 R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유통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과연 없을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소위 이렇다 할만한 브랜드도 경험도 없는 자기네들하고 계약해 주는 것 조차 고마운데 열과성의를 다하지 않을 이유없습니다. 이런 기회를 준 Primair에게 감사하며 어떻게 하든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여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계약은 3년 계약을 체결했다하지만, Primair는 세계적인 브랜드고 S의 경영진은 그 가치를 마음속 깊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고, 서로 win-win하는 파트너관계 형성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제 B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재계약 조건이 없다하여 재계약 가능성 까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런식의 사고방식이야 말로 현실을 묵인한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발상입니다. 협상력에 차이가 나는 두 당사자 중 협상력이 낮은 자가 꽤 관대한 조건으로 계약 체결에 성공했을 때에는, 거의 일반적인 경우, 관대한 조건을 허락해 준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반드시 하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보편적인 상도(商道)입니다. 

한마디로 판권계약 #3은 가진게 거의 없는 S에게 가진게 엄청 많은 Primair가 상상할 수 없이 관대한 조건으로 계약해 준것이 올바른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가 되었든, Y시장에 대한 그저그런 기대를 가진 Primair입장에서는 진입에 성공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인데, S는 그런 무미건조한 목적에 부합하는 조건을 지니고 있으니 계약을 굳이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이 계약을 통해서 얻는 바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S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Primair는 그만큼 대인배적인 희생을 한겁니다. 

11번 예시의 판권계약#3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체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OECD의 주장은 오히려 가진 것 없어 보이는 S가 R브랜드에 대한 가치 향상에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 가치가 어떻게 향상되었다고 봐야 하나요? 납득이 잘 가지않습니다. 누구 관점에서의 가치인가요? 가치는 이론상 매우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설마 이를 수치화하라는 얘기라면, OECD는 그에 걸맞는 기준을 제시해야 옳습니다. 소위 어떤 ‘가치’의 향상이 있었다면 그것은 철처하게 그 가치를 평가하는 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위 사실관계에서는 결국 Primair 입장인데, 만일 Primair가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이 예당초 R브랜드가 알려지고 안알려지고의 여부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R브랜드의 추상적 가치 자체가 이전가격 조정을 논할 만한 기준이 될까요? 만일 R브랜드 자체가 11번 예시의 맥락에서 어떤 가치기준이 된다고 한다면, R제품 공급가격에 premium이든 또는 마진 형태로든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료를 안받는다고 했을 때, 이미 Primair의 가치기준은 R브랜드 가치향상에 있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사용료를 안받는 것 자체가 Primair의 협상력이 S에 비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Primair가 판권계약#3을 통해 R브랜드 자체에 대한 가치향상와 Y시장 진입을 필수적인 기대효과라고 판단했다면, 그리고 S가 그런 기대효과를 충족시킬 만한 역량을 보유했다고 확신했다면, 오히려 장기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크고 재계약 조건도 포함시켰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 맥락으로 볼 때 오히려 Y시장과 S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R브랜드 자체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기에, 판권계약#3과 같은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보는 것이 제 경험상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독점 판권을 준 것은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인센티브라도 줘야 S가 어느정도 성의있게 움직여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치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OECD가 제시한 S에 대한 보상방법에 대해서는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생략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필요하시면 댓글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예시들 하나씩 볼 때마다 형용못할 의구심이 듭니다. 이전가격전문가들에 의한 올바른 분석과정을 밟은 건지, 충분한 논의를 거쳤는지, Industry쪽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를 OECD에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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