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I)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7

#7번 예시는 제약산업에서의 리콜(recall) 사태에 관한 사안입니다. 
계약상 리콜에 대한 책임관계가 명백히 있는 상황에서, 현실은 그와 정반대가 된다면 이전가격효과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관계

  • Primera는 제약업을 영위하는 다국적기업의 본사입니다. M이란 국가에 소재하지요.
  • Primera는 X라는 신약제품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획득합니다(1). 
  • Primera는 N국가에 소재한 100% 자회사인 S로 하여금 그로 하여금 중동과 유럽시장(EMEA)에 X를 공급하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Primera는 S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Primera는 X의 관한 제조물 책임 및 리콜위험 부담.
    • Primera는 S의 판매활동과 관련하여 정상수준의 이익률을 보전함. 
  • S는 위 계약에 따라 Primera로 부터 X를 매입(2)하여 중동/유럽시장에 재판매(3)합니다. 
  • 그런 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 X가 대다수의 투여환자를 대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발견됩니다. S는 모든 시장에서 X를 리콜(4)하게 되지요.
  • 하지만 Primera는 리콜비용을 S에게 보상해 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BEPS효과
BEPS논리에 따르면, 리콜 위험을 계약대로 Primera가 부담하지 않았으니 계약관계와는 격차가 생긴것이고, 이를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실제의 S의 기능이 Limited Risk Distributor(LRD)(제한된 위험을 부담하는 판매업체)가 아닌 Routine Distributor(RD)(일상적인 위험을 부담하는 판매업체)의 지위로 격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봐야 한답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이전가격 조정이 일어나야 하는 사안이라고 보는 거지요. 방법은 두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에 따라 리콜비용을 Primera가 100% 보전해주는 방안
2. S의 기능이 실제로는 Routine Distributor라면 S는 기존의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어야 한다고 보고, 지난 3년간의 소득을 전부 조정하는 방안


[생각]

무형자산의 초과수익 창출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업종은 바로 제약산업(pharmaceutical industry)입니다. 
특허가 유효한 제품은 일반적으로 약 20년정도 시장에서의 독과점 지위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제네릭(generic)제품으로 전락하여 경쟁업체들도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특허절벽’(patent cliff)이라는 현상을 제약회사들은 항상 염두하고 있죠. 이는 제품의 특허가 만기되어 제네릭제품이 되어버리면 발생하는 급격한 수익의 하락현상을 말합니다. 

어떤 제품이든 제네릭이 되어 버리면, 그 때 부터는 ‘기술력’이 아닌 ‘양산 및 공급능력’이 수익창출의 원천이 되어 버리니까, 유연성 높은 공급능력과 확고한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회사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특허절벽은 어떻게 보면 예측가능성이 있는, 특허별로 등록 지역과 유효기간이 명료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특허 cycle에 따라 시기적절한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제약사업이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이유중 하나는 그만큼 국가별로 제도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의약제품이란 것은 항상 해당국가의 관련법과 규제환경에 제약을 받는 것이라서, 특허가 적용이되는 의약품들 즉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약들(prescription drug)이 바로 그런 범주에 포함됩니다. 의약제품의 용도, 분야 별로 규제의 정도와 유형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종소비자가격의 경우도 보험약가가 적용이 되죠. 시장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런 가격형성을 바랄 수 없으므로, 어떤 지역시장이든지 공급자 입장에서는 항상 불리한 입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답니다. 

이렇기에, 제약회사는 지속적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시장성 높은 신약제품의 라인업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깊은 연관성을 띄지요. 

이런 제약회사의 특성 상, 리콜 사태는 그야말로 '독'입니다. 

리콜은 회사가 걸 수도,  정부기관(예: 식약청(한국),  FDA(미국) 등)에서 걸 수도 있지요. 하지만 모든 제약회사를 막론하고, 공급사와 판매사간 리콜 사태에 대한 책임론 공방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사안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누구의 책임인지의 여부를 계약서 문구만으로 단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위 사례처럼 제품(예: X)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물론 제조사(Primera)의 책임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클 수 있지만, Primera 입장에서는 X의 개발 기간 중 이미 충분한 임상실험을 했을 것이고, 그에 관한 특허를 등록하고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 개별 국가(판매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논의하고 검증하는 필요수준 이상의 제도적/실무적 절차를 거쳤으므로, 제품의 객관적 안정성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X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었음에도 S에게 리콜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이란 것은,  Primera 판단에 이는 자신의 책임소관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BEPS보고서에서는 그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말입니다. 

즉, 이런 상황에서는 거래관계의 전체맥락에서 Primera보다는 S의 역할과 의무를 좀더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S는 LRD라고 하는 걸 보니 관리회계상으로는 Revenue Center에 가깝습니다만, 위 사실관계상 다양한 지역시장을 담당하는 Regional Distribution Center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국가간 차이를 항상 고려하고 국가별 의약 제도 변화 포착/대응 및 관계당국 실무/관계형성에 관한 기능은 S의 고유기능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말해, 특정시장에 판매 하느냐 안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얼마만큼 판매하느냐는 의사결정은 판매회사인 S의 책임소관이란 얘기지요. 

특히 X와 같은 특허의약품이 판매될 수 있는 시장이란, 그 의약품이 공급/투여될 수 있는 특정 조건과 상황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X가 그 시장에서 어떤 효용성(utility)과 시장성(marketability)을 지니느냐는 그런 환경요인에 좌우되는 것이 크다고 볼 수 있지요. 유럽과 중동시장에서 X를 유통하는 S의 입장에서는 국가별로 그런 환경요인의 편차를 반드시 고려해서 접근했어야 하는 고유한 기능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경우에 따라 리콜의 발생은 제조사의 제조공정상 요인에 의한 부작용이라기 보다,  X가 공급되는 특정 시장/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기인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경우 S가 아무리 LRD라 할지라도, 리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다고할 수 없지요

즉, 위의 BEPS논리처럼, 제조업체인 Primera만의 책임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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