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XX) - 마무리

이제까지 법률/회계/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부분의 식자들이 영어단어 ‘intangible'을 ‘무형자산’ 곧 'intangible asset'으로 인식했던 것은 'intangible = intangible asset or property'라는 등식이 사회적 보편성을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그 아무도 'intangible'을 '무체물'이라고 보편적으로 인식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무체물'은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그만큼 어떤 기준을 세움에 있어서  '단어'라는 것은 어떤 사물에 대한 상징성(symbolism) 을 의미하며 그러한 '상징'들이 모여 형성한 것이 곧 다양한 사회적 통념인 바, 그 통념을 근간으로 이루어낸 사회적/상업적 관계들의 형성법칙을 결코 무시해서는 결코 안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중요한 법칙들을 OECD가 BEPS라는 거대 담론으로 얼버무리려 했던 부분이 바로 'intangible'에 관한 부분입니다.  그 '얼버무림'의 배후에는 2008-2009 유럽발 금융위기, 급부상하는 아시아 경제권을 견제하려는 서구권의 제4차산업을 통한 반격, 그리고 이를 게임판의 관점에서 조정해 보려는 미국을 비롯한 헤게모니의 파워게임 등이 있는 것이지요. 예..^^..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가격거래란 다국적기업의 자본이동 수단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러한 환경적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일부 식자들이 제대로된 검토 없이 BEPS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 어쩌면 상당히 표면적일 수 있는 부분인 Masterfile/country-by-country reporting(BEPS 실행계획 13번)과 같은 그런 컴플라이언스요건에 불과한 내용만 잔뜩 강조하고, 정작 중대한 주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못하는 행각에 대해 전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본 블로그에서 연재된 29개의 예시들을 통해 본 것은 OECD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 즉 intangible을 무형자산에서 무체물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과, 무체물의 정의를 과세권 행사와 확장에 유리하게 수정한 것에 대한 영향과 잠정적인 폐해에 관한 제 사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사견에 대한 판단은 물론 여러분의 몫입니다. "한낮 너 따위가…”라고 건방지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는 전문가집단 뿐만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탁월한 식견을 갖추신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내용들이 전부 검증되지 아니한 궤변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제가 세법학 박사나 변호사가 아니기에 아무런 학문적 권위가 없다고 생각하셔도 전 여러분의 판단을 존중하며 그에 대한 반론을 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만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과연 이제까지 제대로된 '필터링'(filtering)이 있었는가라는 점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전문가인 저도, 이제까지 국내 조세분야에서 한번도 제대로된 필터링을 못 봤다는 점입니다. BEPS때문에 이제까지 국내에서 수차례 세미나들을 다니고, 문헌들을 접하면서 상투적인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것만 봤을 뿐 필터링 다운 필터링은 보지 못했습니다. 필터링을 한다 함은, 어떤 새로운 담론이나 주장에 대해서 대중이 객관성을 잃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즉, 대중들이 주체성을 잃지 않고 비판적으로 판단하여 올바른 기업가적 의사결정(entrepreneurial decision-making)을 내릴 수 있는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OECD의 문헌들은 나름의 독법이 있다고 봅니다. 단순 독해가 아닌 반드시 맥을 짚어서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소개한 29개의 예시와 같이 어떤 대의명분을 통해 고안된 새로운 기준이나 원칙등이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norm)에 이질적일 수 있기 때문이죠.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궤리와 그에 따른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OECD 규준을 글자그대로 직역할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인사이트가 담긴 의역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보다 우월하고 고급스러운 영어문화권(?)'이라는 환영에 취해서 아무런 검증없이 100% 동조하는 태도보다, 이를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소화/응용시킬 수 있는 분명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된 필터링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궁극적으로 작게는 개인과 기업, 크게는 국가경쟁력 면에서 잃는 것이 많다고 봅니다. OECD자료의 경우 웹사이트에 전부 공개되어서 영어/불어문화권에 있는 납세자들은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시기적절한 판단과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비영어/불어문화권에 있는 납세자들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폐해에 노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다시말해 돈 잘벌어 놓고 나중에 눈앞에서 그냥 뺏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불어문화권 납세자들에 비해 항상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전가격에 관한 이론적/기술적 이해와 응용을 업으로 하는 제 입장에서도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능한한 서로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방향으로 논의하여 최고의 해결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글들이 그런 경쟁력을 조금이나마 한국내의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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