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XIX)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29

드디어 BEPS 8번 보고서에 수록된 '무체물'관련 마지막 예시를 다루게 되는 군요. 지난번에 이어 계속 감정평가 방법을 활용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관계
Pervichnyi는 다국적기업의 모회사이며 X에 소재합니다. Year 1직전까지만 해도 제품 F관련 특허 및 상표권을 개발했었다고 합니다. Pervichnyi는 X에서 F를 생산하고 이를 전세계 판매자회사에 공급합니다. 이때 F의 공급가격은 정상가격이라고 가정해 두죠.

Year 1.
Pervichnyi는 Y에 완전자회사 S를 설립합니다. 그러곤 비용절감을 위해 F의 생산라인 일체를 S에 이관하지요. S설립시 F관련 특허 및 상표권("F무체물”)을 S에게 매각하고 S는 그 대가를 일시 지급하게 됩니다. 이를 "쟁점 양도거래"라고 하겠습니다,  그 대가의 정상가격 책정을 위해 두 회사 모두 감정평가방법인 DCF(할인현금흐름) 방법을 활용하기로 결정합니다.
BEPS 논리
Pervichnyi와 S의 경우,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DCF가 산출될 수 있으며, 정상가격은 두 당사자간의 상황과 여러 대안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즉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에서 각각 판단한 가치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DCF는 시나리오별로  아래와 같이 산출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1, #2의 NPV는 쟁점 양도거래 수행을 위해 쌍방이 서로의 상황과 대안을 감안하여 산정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ervichnyi 쟁점 양도거래없이 생산활동을 지속하다면 세후 현금흐름기준으로  600을 달성가능하다는 것이고  S는  쟁점 양도거래 이후 F를 Y에서 생산한다면 1,1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시나리오 #1의 경우 Pervinchnyi입장에서는 쟁점 양도거래 시 받아야 하는 금액은 600이 하한선이 되고, 시나리오 #2에서의 S는 1,100이 상한선이 되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3는 Pervichnyi입장에서 본 쟁점 양도거래의 대안입니다. Pervichnyi가 F무체물을 계속 보유하면서 S나 다른 제조업체로 하여금 F를 생산하게 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Pervichnyi의 세후 현금흐름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875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나리오 #1보다는 나은 대안이 되겠지요. 이를 고려한다면 Pervichnyi의 하한선은 600이 아닌 875가 될 수 도 있는 것이구요.

어쨌든 본 예시에서의 요지는 거래당사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
감정평가방법 자체, 그리고 이를 이전가격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관한 제 생각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vincent175/220816457213

http://blog.naver.com/vincent175/220822180476 

우선 29번 예시는 제가 이제까지 말했던 거래당사자간의 거래 상황 및 협상력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DCF방법이라는 것이 과연 정상가격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어느정도의 변별력을 가질지는 미지수 입니다.

27번 예시에 관한 포스팅에서, 내부 보험회사 모델 개발했던 제 경험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더 자세히 얘기해 볼까 합니다. 당시 제 팀에서 고민했던 것이 바로 제3의 업체로 부터 보험료 계산 방식에 의한 계산결과를 이전가격보고서에 반영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강행하려고 했던 쪽은 이전가격 실무경험이 전무한 변호사 출신의 어떤 파트너였으며, 이에 강한 반대를 표명한 것이 저였습니다. 제가 했던 주장은 일반 금전대차거래에서 금리계산 하는 것 처럼 리보(libor)금리 처럼 기준금리를 정하고 거기다 commitment fee나 annual fee같은 uplift factor를 가산하는 것과 같은 심플한, 누구에게나 익숙한 방법으로 가는 것이, 회사입장에서도 방어하기가 용이하며 과세당국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신들이 입수가능한 자료를 통해 확인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세무조사나 불복과정에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방법을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판단하므로 괜히 우리가 직접 활용할 수도 없고 정상가격원칙에 위배될지도 모르는 베일에 쌓인 방법론을 보고서에 무작위로 반영하여 '정상가격'이라고 우기는 것은 '방종'이라고 대놓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회사 설립 후 첫 3년 정도는 명목상 손해보험사 모델이긴 하지만, 중간 내부 금융회사 (intermediary financing company - "IFC"라고 하겠습니다)와 유사한 모델로 planning 방향을 잡고, 더 복잡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향후 유럽내 과세 트렌드와 그 때만에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던  OECD BEPS의 동향을 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주장한 것은 그 내부 보험회사가 사실상 아무런 실체가 없는 회사(sham)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회사의 주소지가 본사와 동일하고 underwriter 한명과 직원 한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사의 운영방식이나 업무등은 매뉴얼 등 문서상으로만 존재할 뿐 은행 계좌 몇개 가진 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지요. 당장 회사에서도 인력을 충원한다거나 하는 그런 계획은 아예 없었구요. 그래서 차라리 실체 자체를 누구나가 봐도 의심하지 않는 유럽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IFC'방식으로 가져가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보험료 계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그 감정 업체로부터 추후 분쟁시 그에 대한 책임이나 법정에서 증언을 하겠다는 guarantee를 받든지, 그 계산 방식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우리가 직접 그 적정성을 이론적으로 반드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맡섰습니다.

이처럼 이전가격 Planning이나 전략을 세우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방법론의 도입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이 '정상'(arm's length)이냐"를 입증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정상'으로 볼 만한 것들에 대한 기준점을 올바로 세운 후에 '비정상'(non arm's length)으로 볼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식별하여 그 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그 영향을 완화시켜서 모든 요소들이 '정상'으로 귀결되게끔 하는 것이 이전가격 전문가가 발휘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입니다. '정상'이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답다'의 어원이 "알다" 또는 "알음직 하다"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떠한 사안이라도 관찰자(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보기에 "아름답다"고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전가격 분야의 또다른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가 '정상'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누구나가 익숙한 '언어'와 '상징'을 먼저 활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언어'의 틀 내에서 관찰자가 봐야 할 부분을 제대로 'framing'해서 부각시켜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DCF와 같이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할 경우, '비정상' 또는 '비일상'적 요소들이 하나씩 튀어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고, 더 큰 문제는 그런 요소들이 죄다 다른 '언어'로 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올바른 '번역'이 필요한데, 그 정도 수준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둘째치고, 제대로 못할 경우 그 비용만큼의 효용이 떨어지게 됩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조세와 같은 함몰비용에 컴플라이언스 비용까지 더 들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DCF는 미래현금흐름을 먼저 예측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 회사 내부자료를 활용하여 대상 자산에 대한 수익성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통적인 정상가격방법은 사후적 거래 (ex post transaction)에 적용된 이전가격의 적정성을 이미 시장에서 발현된 '과거가격 또는 수익률'을 토대로 판단하기에 비교되는 두 상황간 어떤 수준이 되건간에 '비교가능성'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관찰자의 인식능력이나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아 그 수준이 보편적이겠구나..'라는 공감대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DCF를 활용해야만 하는 경우는 그런 '비교가능거래'(comparable)을 찾을 수 없을 경우이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납세자와 관련 국가의 과세당국 및 사법부 모두 '이 상황이 보편적이다', 또는 '정상'(arm's length)이다라고 할만한 강력한, 그리고 권위적이고 공감할만한 전제(premise) 또는 컨텍스트(context)을 확립해야만 합니다.

마치 사진 찍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피사체가 먼저 정해져야 하고 전체 사진에서 어떤 메세지가 읽히게끔 할 것이냐는, 전체배경을 이루는 프레임 자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피사체를 어디에 두느냐 그리고 피사체 주변의 다양한 오브젝트(object)는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를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볼 사람이 받을 메세지가, 그 사람과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어떤 컨텍스트를 사진사가 먼저 파악하여 이를 최대한 사진 자체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일 사진속의 메세지가 대중으로부터 아무런 공감이나 인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데, 사진사 혼자만 예술성을 느낀다면 다음 둘중에 하나입니다. 그 사진사의 '탁월한(?)' 감각이 시대를 앞서 갔던지, 아니면 사진사 실력이 부족하든지입니다.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대중들이 그 사진을 보고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것이지요. 영화 'Copying Beethoven'에서 교향곡 9번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친 베토벤이 다시 청중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혁신적인 작품인  
Große Fuge Op. 133(아래 링크)를 연주했을 때 청중들이 모두 외면한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예술가는 자신의 시대로부터 외면당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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