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XVIII)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28

28번예시에서는 일상적인 제조업체를 도급생산업체로 만들어 버리는 Strip-Down  조직개편 모델을 묘사하고 있네요. 제조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무체물과 그와 관련한 기능/위험을 전부 다른 회사(본사 또는 IP Centre)로 이전시키고 생산설비 및 인력만 유지시킨 다음 도급생산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27번 예시와 같이 감정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기술적인 측면을 다룹니다. 

사실관계
A는 다국적기업(MA라고 하겠습니다)의 본사로써 S에 소재하고 있고,  B와 C는 MA계열사로써 T와 U에 각각 소재합니다. 어느날 MA는 그룹내 모든 무체물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려고 하지요. 따라서 B가 보유한 무체물 전부(특허, 상표권, 노하우, 고객리스트) C에게 양도됩니다. 이와 관련한 양도가액("MiV")은 일시불로 지급되는 거구요. 동시에 B는 도급생산업체가 되어 C를 위해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는 활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물론 B가 그와 관련된 모든 위험을 부담하지요. C는 B로부터 인수한 사업부문(무체물 포함)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표 1. 28번 예시

MA는 MiV의 정상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비교가능제3자 거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비교가능성 및 기능분석 끝에 결국 감정평가 방법을 정상가격산출방법으로 준용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감정평가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무체물에 대한 현금흐름이 전부 구분되어야 하는데 그게 실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BEPS논리
이런 상황에서 MiV의 정상가격을 구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양도되는 무체물 별로 구분하지 않고 합산한 기준으로 감정평가방법을 적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특히 개별 무체물과 다른 자산의 추정가치 합산액과 전체 사업부 가치의 편차가 클 때는 오히려 이처럼 합산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OECD의 논리입니다. 

생각 
감정평가방법에 관한 기본적인 제 견해는 27번예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7번 예시와 함께 위 예시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직업윤리적인 "씁쓸함" 입니다.
감정평가든, 기업평가든, 타분야의 방법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정상가격원칙'에 대한 심도깊은 이론적/사례별 연구와 경제학적 논리 및 법리 개발이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국제조세 원칙과 관련 판례, 실무적 경험을 근거로 모든 사례에 일관성있게 적용가능한 '이전가격만의 독창적인 논리틀(TP-specific ratiocination framework)'을 지속적으로 개발/발전시키는 혁신, 그에 대한 성실한 노력이나 기여없이 타 분야의 방법론을 무작위로 도입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이전가격 전문가로써는 자살행위이자, 이를 납세자에게까지 종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단 한번이라도 그런 혁신을 위한 시도가 한번이라도 있었는가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이렇게 말하는 제가 너무 건방진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시야와 활동반경이 넓지 않아 접하지 못했을 수 도 있습니다만, 나름 지속적으로 국내외 문헌들을 다양하게 접하려고 하는 저로써는 안타깝게도 아직 가치있다고 할 만한 연구성과나 의미있는 노력을 보지 못했습니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이나 영국쪽의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선행과제등을 무시하고  '보기에만 그럴 싸한' 수학/통계학적 방법론을 도입시도를 보기 시작한게 2009~2011년도부터였습니다. 일부 무형자산거래와 지급보증같은 전통적 비교가능성분석 방법으로 풀기 힘든 사례들이 터져 나오면서 한창 이전가격이슈에 대한 감정평가방법이나 게임이론 등의 적용가능성을 논하는 문헌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저는 결코 방법론 자체에 대해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Fintech등이 성행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통적 TPM자체가 무색해진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방법론의 발굴/개발이 시급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슈든지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느냐가 항상 중요한데,  이전가격이슈의 맥락은 대부분의 경우 국제조세원칙과 그에 따라 재정된 관련국가의 소득세제이며, 반드시 이런 법규정의 도입/개정 취지 및 관련 판례가 형성하는 '언어체계' 안에서 이슈에 대한 해결점을 논해야하는 필연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쟁당사자들과 이를 판단하는 권위자(정부기관 등)간의 의사소통은 반드시 그런 언어체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전가격분야는 위에서 말한 언어체계속에서 형성된 나름의 독특한 논법이 존재합니다. 이는 곧 납세자가 수행한 거래와 상황적 맥락에 대해 경제학적 이론을 통한 "사실적 허구"(픽션)을 재구성하는 논법이지요. 바로 '정상가격원칙'에 의한 논법(rhetoric)입니다.

이런 외래 방법론 예찬론자들 중에는 이전가격이 이제 다양한 분야와의 진정한 통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통섭'이란, 자신만의 이론적 정체성을 완연히 이루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 집니다. 그게 충족되지 않을 경우, 다른 분야에 의해 침식되고 마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전가격은 아직 이전가격분야는 국내외 모두 이론적 정체성이 미진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봅니다. 상황이 그런데, 기계적인 산술방법을 무작위로 도입할 경우, 결국 피해보는 측은 그런 원칙을 타협해 버린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납세자 측이며, 궁극적으로는 '이전가격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집단 전체의 존립을 흔들어버릴 것입니다. 

말로만 항상 "이전가격 = multidisciplinary" 라고 떠벌릴것이 아니라,탄탄한 『통섭의 틀』을 먼저 만들라는 얘기입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