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XVII)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27

특수관계자간 특허 양도 거래에서 비교가능거래를 찾을 수가 없어서 특허 감정평가 방법을 통해 정상가격을 판단하는 예시입니다.  
사실관계
국가 X에 소재한 A는 다국적기업(“ME"이라고 하겠습니다)의 모회사로써 그룹내에서 생산된 일부 제품 관련 특허, 상표권, 노하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B는 A의 완전자회사로써 Y에 소재하고 있으며 B도 M제품에 관한 특허, 상표권, 노하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특허권 보호 및 불법복제 방지 활동을 위해 그룹내 모든 특허를 A에 이관하기로 하면서, B는 M관련 특허("M특허")를 A에 양도하기로 합니다. A는 M특허에 관한 모든 기능 및 위험을 부담하기로 하지요. 하지만 문제는 M특허 양도가액(“MiV”)을 결정하는데 있었습니다. 아무리 TP Study를 해도 신뢰할 만한 제3자 비교가능거래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A와 B는 하는 수 없이 특허 감정평가 방법을 활용하여 정상가격을 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정평가 직원('valuation personnel'이라고 한 것을 보아 A나 B의 소속직원이 아닐까 합니다)의 평가결과 MiV는 세후 순현재가치인 80이 산정되었습니다. 이는 M이 취급될 업계에서의 사용요율, 할인률, 내용연수등을 고려한 분석에 의한 수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M과 M특허, 그리고 업계내 다른 제품등을 비교해 볼 때 중대한 차이점등이 존재했고, 특히 분석과정에서 활용된 제3자 사용료거래들이 모두 비교가능제3자가격방법에 요구되는 비교가능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점을 감안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A는 이를 분석함에 있어서 M사업부 전체에 대한 DCF분석을 실시했는데.이는 A가 기업인수를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인자(parameter)들을 활용합니다. 그 결과 M사업부의 순현재가치("MbV")는 100이 산출됩니다. 

MbV(100)와 MiV(80)의 차액 20은 B가 수행하는 일상적 기능의 순현재가치를 반영하거나 B에 잔존할 상표권 및 노하우의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BEPS논리
(너무 간단해서 좀 허무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MiV(80)의 신뢰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OECD의 논리입니다. 


생각

사진 1. 영국 South Shields 지역 4번 부두에 위치한 시추시설 (출처:Wikimedia Commons)
제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일입니다. 당시에 TP planning을 해 준 케이스가 하나 있는데, 대상업체는 탐사 및 시추업을 주업으로 하고 나머지는 해운업 등을 수행하는 꽤 규모가 큰 그룹기업의 모회사였습니다. 탐사/시추업은 리스크가 큰 업종인 만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내·외부 메커니즘을 잘 구축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리스크 포지션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이라, 외부 메커니즘(제3자 보험사)만을 통해 이를 커버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합니다. 특히 보험사들은 개별적으로는 절대로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을 안해주고, 컨서시엄을 맺어 자사에 할당된 부분만 커버리지를 해 주거나, 다른 업체로 부터 재보험계약을 맺는 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해 주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 탐사업에 대한 리스크 커버리지는 회사가 내부 메커니즘을 자체적으로 도입/운영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가 속했던 팀이 했어야 하는 일은 이 내부 메커니즘의 기본/세부 구조를 디자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구조란 건 다름아닌 내부 '보험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등 보험업 라이센스가 쉽게 잘 나오는 지역에 보험업 등록을 하고 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리고선 실제 보험업의 기능을 설정하고, 보험대상 물건을 선정하고,  실제 보험업무을 수행할 인력을 투입하고 조직화한 다음, 그룹내 다양한 계열사들과 보업계약을 체결하도록 기획하였습니다. 이때 각 보험계약별 커버리지 규모는 일반 보험업계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을 훨씬 초과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시추업을 수행하는 회사의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EPC사업이나 중공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한 수준이었기에 그룹내 현금이 풍부한 회사였지요. 하여튼  이런 계열사들과 보험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지급받게 되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사진 2. British & Foreign Marine Insurance Company Limited 현판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고심했던 것이 바로 이 보험료의 '정상가격'이었습니다. 리스크 커버리지 수준이 일반 제3자 보험업체들이 감당할 수준이 결코 아니었기에 비교가능거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방법론을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팀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었지요. 우선 기존의 정상가격산출방법을 하나하나씰 살펴서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변형시켜야 할지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답이 쉽게 나올 수가 없었지요. 금융TP에서 많이 하듯, 우선 CUP방법의 일환으로 은행에서 적용하는 이자율 또는 지급수수료 계산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했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그런 방법들을 통해 나온 결과치가 탐사업/시추업 생리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하는 수없이 영국에 있는 어느 보험중개업체에 의뢰해서 매년 보험료 평가금액을 산정받는 쪽으로 매듭을 지었지요. 

그런 결정 후, 프로젝트를 마무리 시켰지만 저를 포함한 팀원들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남았습니다. 곧, "제3자로 부터 평가금액을산정받는게 과연 '정상가격원칙'에 합치할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죠.
실무 상 정상가격원칙을 적용할 때는, 경우에 따라 대상거래가 발생했던 시점의 상황과 사실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여, 거래성립을 위해 각 거래당사자가 보유한 정보와 협상력이 미치는 영향을 가급적 명확히 판단하여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기술적 측면에서 어떤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다고 판단할 만한 여지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27번 예시에서 A와 B가 M특허양도거래를 수행하는데, MiV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니 (A나 B소속지원이 아닌) 어떤 제3자 전문업체가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이런 것이 결코 정상가격원칙에 위배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제 판단에는 이런 경우에
거래당사자간의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독립기업간의 거래에서 정보비대칭이 아얘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쌍방다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어서 제3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치면, 적어도 그런 도움은 둘다 개별적으로 획득하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지요. 27번 예시에서 처럼, A나 B의 소속직원이 평가액을 산정한다면, 그런 직원이 없는 쪽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불리함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요. 만일 그 직원이 본사인 A 소속이라고 한다면, 그것 자체가 '특수관계 때문에 받는 영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A, B가 각각 제3자로 부터 받은 평가액을 공개하여 일련의 협상과정을 거친후에 합의된 금액을 MiV로 정하는 것이 “정상가격원칙”에 근접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지요. 마치 M&A 거래를 위해 Buyer와 Seller가 각각 대상회사에 대한 실사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특허권 감정평가 방법이나 기업평가 방법 같이 어떤 산식과 가정등을 통해 산출한 가액 자체가 과연 정상가격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 남습니다. 결국 OECD가 공식 폐기한 Formulary Apportionment Method('공식분배법'이라네요..한국말로) 와 다른점이 뭐냐라는거죠. 그걸 논외로 하더라도, 전통적인 정상가격산출방법 (CUP, RPM, Cost Plus, TNMM)은 모두 비교가능성 분석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에, 이미 제3자간의 실현된 가격 또는 수익률을 판단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특정 산식과 관념적인 가정에 의존하는 감정평가 방법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전문가/전문업체를 통한 감정평가액이라 할 지라도, 정상가격원칙 자체가 국제조세분야나 쟁점국가의 내국세법에서 공식 폐기되지 않는 이상, 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독립기업거래 상황을 유추해 보는 것으로 출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상황/사실관계/기능/위험 등의 차이에 의한 비교가능성을 다투어야 하는 상황을 결국 납세자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자체는 변치 않을 것 같습니다. 쟁송 등으로 가게 될 경우 결국 결론은 재판부가 내리겠지만, 감정평가방법의 당위성을 정상가격원칙의 실무적 원리와 법리, 그리고 그를 근거로 한 수많은 선례의 맥락에서 입증해야만 하는 현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경우에 과연 감정평가 전문가 또는 전문업체가 흔쾌히 증언을 해줄까요?  납세자 입장에서 반드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OECD의 License to Use Valuation Method(감정평가 방법의 허용)은 반드시 납세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관련 전문업체들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걔기가 된다고 봅니다. 결국 OECD BEPS는 금융위기 이후 일감이 줄고 현지고객들로 부터 신뢰성을 잃은 힘들어진 수많은 유럽 및 선진국의 전문 서비스업체를 위한 돈벌이 기회를 열어준 셈이지요. 


이렇기에, 다시한번 강조하게 되네요: "이전가격이슈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인'입니다. 결코 숫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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