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XXI)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21




이번 예시는 흔히 볼 수 있는 'Super Distributor', 즉 물류기능 없이 송장(invoice)만 왔다 갔다 하는 판매회사에 관한 사례입니다.


사실관계
Year 0 ~ Year 1
Forsta는  A 지역에서 Y 제품을 생산하여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소재한 계열 판매법인(이하 "계열사"라고 하겠습니다)에 공급합니다. Y의 공급가격(P1)은 Y의 지명도가 꽤 높은 관계로 경쟁사 제품 보다 비싼데, 이런 가격 프리미엄을 얹힐 수 있는 이유는 Forsta가 보유한 상표권과 영업권 때문입니다. 


Year 2
Forsta는 B 지역에 판매자회사 S를 설립하지만, S의 정확한 기능은 아무런 물류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도매업체(Super Distributor)입니다. 따라서 Forsta는 Y를 계속 계열사에 직접 공급하고, Y의 소유권만 S로 이관되며 S는 계열사에 송장(invoice)만 끊어주는 식의 거래를 수행하지요.
S는 계열사들이 현지에서 지출한 광고비의 일부를 보상해주기로 합니다. 그 후 S가 계열사들로부터 수취하는 Y 공급가격(P2)이 상향 조정되지만, S가 보상해주는 광고비용 때문에 그 영향이 상쇄되어, S의 영업이익은 예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판매법인들이 달성하는 영업이익률은 Year 2 전후로 모두 정상가격수준입니다. 
S는 광고와 관련한 그 어떤 기능도 수행하지 않으며 제품 마케팅 관련 위험을 통제하지도 않습니다. Forsta가 S에게 적용하는 Y공급가격(P3)이 하향 조정됩니다. 이에 대한 두 회사의 주장(변론)은 'S에게는 이제 무체물과 관련된 소득원(“Y사용료 소득”)이 존재하기에, 그런 공급가격 하향조정 자체가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이는 곧 S가 Y의 광고비용을 부담하므로 Y사용료 소득을 수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Year 3
Forsta가 S에게 적용하는 Y공급가격(P3)이 하향 조정됩니다. 이에 대한 두 회사의 주장(변론)은 'S에게는 이제 무체물과 관련된 소득원(“Y사용료 소득”)이 존재하기에, 그런 공급가격 하향조정 자체가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이는 곧 S가 Y의 광고비용을 부담하므로 Y사용료 소득을 수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BEPS논리
 S는 Y사용료 소득을 향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S는 5KC관련 기능/위험을 부담하거나 그 관련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Year 3부터 Forsta의 소득을 상향조정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입니다.


[생각] 
S의 경우는 엄연히 도매업체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기능상으로는 거의 오퍼상 또는 중개업에 근접하다고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급업체와 바이어(buyer)에 관한 정보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매개’서비스를 통해 중간 이익을 창출하니까요. 단지 다른 점은 Y제품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수입 수출도 일상적인 CIF/FOB조건일 테니 일정 수준의 재고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도매업체이지요. 

경험상 이런 사례를 다루는 세무조사 시에는 해외법인인 S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가 항상 문제시되었습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납세자 쪽에서는 ‘제한된 기능을 수행하는 도매업체’(LRD)라는 입지를 고수하게 되는 반면, 과세당국 쪽에서는 송장만 왔다 갔다 하니까 ‘중개업' 또는 ‘commissionaire’다라는 입장을 계속 주장하지요. 

그렇기에 위에서 Foresta가 소재한 A의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S를 보면서, ‘일상적인 도매업체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지도 않고 그럴 역량도 없는데 Y공급가격을 낮춘 것은 말도 안 되고, 무형자산 개발이나 관리기능도 없는데 사용료 소득을 향유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라고 주장할 수 있지요. 

이처럼 과세당국은 어떤 활동 또는 기능(또는 그런 역량)의 부재를 공격적인 과세 논리를 펼 수 있는 여지로 활용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치감치 EU같은 곳에서는 S와 같은 회사를 포함한 거래구조를 기획할 때, ‘최소 인력/자원 배치요건’과 같은 다양한 요건을 도출하여 그에 따라 과세당국이 딴죽 걸지 못할 만한 소위 인위적인 ‘경제적 실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Best Practice는 아니어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처럼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검토보고서 내지는 메모등을 늘 돈주고 샀었지요. 

이제는 BEPS논리 때문에 그런 '보험’이 필수적이라고 국내 회계법인들도 광고들 해대겠네요. 

하여튼 21번 예시의 사실관계를 보면 Forsta는 S의 도매기능을 점점 축소시키고, 사용료 소득 등을 집결시키는 IP Center로 활용할 기미가 보입니다. 물론 BEPS논리상 현재의 S상태로는 사용료 소득 조차 향유하는 것이 어렵게 되겠지요.

BEPS논리상, 이제 사용료 소득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5KC관련 기능 수행, 자산의 운용, 위험 부담/통제/관리 등의 역량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 인력/자원 배치요건'을 도출할 때 이러한 부분도 고려가 되어야 하겠네요. 

문제는 그런 요건만 도출한다고 만사형통이 아닙니다. 그런 요건을 인정해 줄만한 과세당국의 러닝커브(learning curve)가 상승할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조세행정상 경험치가 쌓이고, 주요 사례에 대한 유형별 판단기준이 생기면서 보편성이 확보되고,  다양한 사례 및 판례 등으로부터 도출되어 모두가 긍정할만한 기준이 나오기 까지는 그만큼 진통이 있게 나름이겠지요.  또는 일종의 "best practice"를 정부가 정해 줄 수도 있을 텐데, 민간에서 먼저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쉽게 그런 기준이 개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2016년도부터 새로운 BEPS개념들이 적용된다면 당분간은 어떤 기준이 상실된 과도기를 납세자든 과세당국이든 감내해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전가격세제가 1995년도에 도입되서  과세당국과 민간에서 지금과 같은 경험치와 best practice에 준하는 것이 생성될 때 까지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므로, 이런 새로운 원칙 및 기준이 ‘체득’되는 것도 20년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요건을 설득력있게 조합해 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입니다. 한마디로 다양한 조각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입니다. 그게 국내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볼때는 다름아닌 기본기 부족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 기본기는 본질의 관한 깊은 사려와 인사이트, 그리고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Reinvention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컨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추는데 투자하기 보다는 모두들 너무 돈벌기에 급급했지요. 그런데다 그런 역량을 갖추는 것은 이전가격분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철학이 있는 개인들이 실력있는 후배들을 어떤 카리즈마 비슷한 것으로 이끌어줬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위 "고리타분하고 감성적이며 이상적"인 일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누구든 심은대로 거두는 것이겠죠? BEPS같이 새로운 주제가 나오면 외국에서 어떤 사람이 와서 '이런게 있다더라' 해야지만 그제서야 허둥지둥 움직이면서, 걔들이 만든 자료들 인터넷에서 끌어모아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한테 주먹구구식으로 번역시키고 짜집기 해서 발표하고 세미나 해대는 수준..설마 그걸 보고 Reinvention이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이전가격분야라는게 이 나라에 도입된지도 20년이 다 되어 가는 판국에, 세계적인 trend를 선도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영향조차 못 미치는 그런 상황이 되어 버린것,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재작년에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IFA (International Fiscal Association)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회의장 로비에서 어떤 인도 회계사가 제게 '인도 이전가격세제는 한국의 이전가격세제를 벤치마킹한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사람, 4대 회계법인 소속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2007년도 쯤에 중국 과세당국에서 국세청으로 이전가격세제를 배우기 위해 파견나왔던 것, 그리고 관련 강의자료를 검토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이전가격세제를 법제화했고, 이전가격에 대한 실무지침도 제일 먼저 도입했으며, APA도 상당히 일찍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BEPS와 같은 큰 화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나라가 기여한 것은 뭐가 있을까 라는게 제 의문입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 부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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