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8일 토요일

OECD BEPS 실행계획 8번- Intangible (XIV) - BEPS에 따른 영향 - 예시 #12

계속해서 손목시계 회사인 Primair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번 예시에서는 유명 시계브랜드인 R이 출시 3년만에 Y시장에서의 입지가 확립되어,  Primair와 S가 새로운 조건으로 중장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S로부터 Primair에게 사용료가 지급되는 상황입니다. 


 사실관계
 Year 3
  • 3년이 경과된 시점에 R브랜드는 Y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힙니다.
  • Primair와 S는 새로운 중장기 라이센스 계약("판권계약 #4")을 체결하지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5년 유효(5년 연장 가능)
    • 총 매출의 일정 요율을 적용한 사용료 지급
  • 나머지는 예시9의 판권계약#2 조건과 동일 합니다. 
  • 로열티 지급 조건으로 인해 더이상 R제품의 공급가격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Year 4~5
  • S의 R제품 매출은 예년 예상매출과 일치합니다.
  • 하지만 Year 4부터  Primair에게 지급하는 사용료 때문에 S의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됩니다. 
이를 위한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제A. R과 유사한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비교가능업체 중 S와 유사한 조건으로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증거가 없음.
전제B. S의 마케팅 활동과 비용 지출 수준은 비교가능업체와 일치함


도표 1. 예시 #12
 BEPS효과
 BEPS논리에 의하면 이런 경우에는 지급 사용료를 전부 손금부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독립기업간의 상황에서 실시권자(licensee)가 상표권 및 유사한 무형자산에 대한 사용권 밖에 다른 권리가 없는 경우 사용료를 지급하는 일은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각]
12번 예시의 상황은 상당히 보편적인 사례입니다. 사용료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는 식의 과세논리이지요.  왜 항상 Primair 탓만 하는 논리를 만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순히 판권계약 #3과 유사한 사례가 없다해서, 즉 비교가능거래가 없어서 사용료 받는것이 불합리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주 전형적인 과세당국의 공격논리입니다. 

Primair입장에서 판권계약 #2는 정말 관대한 조건이었습니다. 판권계약 #2를 체결할 당시 Primair는 R이 꽤 유명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로열티 한푼 받지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줘서 S가 자유롭게 시장개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Year 3부터 다행히 마켓 포지셔닝이 성공하여, 이제부터는 Primair도 R이라는 무형자산의 사용대가를 추가로 기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표권 사용을 제외한 다른 권리가 없기 때문에 로열티를 지급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막장입니다. 어떤 브랜드든지 그 가치를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그 브랜드의 수명주기가 끝나지 않는한 기업의 입장에서 항상 지속하게 마련입니다. 9번 예시와 동일한 사실관계라고 한다면, Primair는 계속 R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개발/운용하고 상황이며 S에게 해당 브랜드 관련 마케팅에 대한 개괄적인 지도와 지원을 해 준다고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단순히 로컬 활동 때문에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혔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이미 R브랜드와 제품의 품질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와 품질이 뒷바탕이 된 상황에서, S는 어떻게 보면 Y시장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주는 역할만 수행한 것 뿐 입니다. Primair입장에서 S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충분히 그 대안을 선택하였을 것이지만 꽤 합리적인 도박을 한 셈입니다. 

즉, Primair 입장에서도 Year1~3까지는 나름 가치있는 R브랜드를 희생시킬 수도 있는 불확실성 높은 S와 Y시장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사업상 리스크를 부담한 셈이지요. 시장입지가 세워졌다 함은 R 브랜드 글로벌 인지도에 대해 Y시장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투자 수익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아직 괄목할만한 매출확장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Primair입장에서 판권계약 #2를 계속 유지하여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고 갈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소정의 사용료라도 지급받아서 S가 가능한한 단순 Revenue Center가 아닌 Profit Center로써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자체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도와 Y시장에 대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손목시계 산업은 전통적으로 고부가가치의 노동이 투입되는 기술집약적 정밀가공 산업입니다.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클래식한 ‘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의 경우 약 130여개의 다양한 부품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회사들마다 자신들의 고유의 디자인 및 첨단기술이 탑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가치가 높은 시계제품일 수록 장인(etablisseurs라고 한답니다)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요. 그 유명한 스위스 시계들의 경우, 이런 장인들의 의 역사는 무려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시계장인조합(Watchmakers Guild of Geneva)이 이미 1601년에 생겼다네요. 시계산업에서의 최초 분업화는  Daniel Jeanrichard(1665-1741)라는 사람을 통해 ‘워크샵’이라는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1790년에 이르러서 제네바는 약 60,000개의 시계완제품을 수출하는 도시로 거듭났답니다. 장인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제네바를 떠나 다른지역으로 이주하는 상황도 벌어졌었죠. 1770년에는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기술이 등장했고, 1842년에는 그 유명한 Pateck Philippe사에 의해 진자를 활용한 자동 태엽감기 기술이 개발됩니다.  20세기즈음 해서 표준기술 및 표준부품 개념 등이 정비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지만 아직도 시계부품을 최종적으로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etablisseurs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세한 부분은 다음링크를 참조하세요. 

이 때문에 유명브랜드 제품인 경우 AS 센터도 국내가 아닌 해외 워크샵에 위치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빌려야 하는 부분이 많고, 고유기술이 탑제된 경우에는 그 기술이 외부공개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필요성도 있으니. 공인 서비스 센터가 아닌 곳에서 시계 덮게를 한번이라도 열었을 경우엔, AS를 거부당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장인과 기술력에 기반을 둔 생산역량과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시계산업에서는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S 가 R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함은, 이와 같은 Primair의 사업모델이 마련해준 플랫폼 위에서 단순 영업활동을 수행한다는 것, 그 뿐입니다. 가맹점에게 마케팅 시스템에 대한 사용권리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할 때, 브랜드 사용권리만 있고 다른 권리는 없기 때문에 사용료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계산업의 생리를 무시한 얘기입니다. 이미 언급했 듯, 손목시계 업계에서의 유명브랜드란, 단순 마케팅보다는 오직 제품에 투입된 기술력과 품질, 장인정신 등을 상당히 오랜시간 동안 시장의 인정을 받아 그 인지도를 축적해 온 것이 더 큽니다. 수입업자 입장에서 그런 브랜드를 시장에서 독점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경제주체든지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명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른 의사결정의 방향에 따라 일련의 행위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 행위의 종류가 어떻든지, 어떤 조건하에 수행된건지에 상관없이 그 행위가 목적을 달성했느냐, 또는 그 목적 달성에 얼마나 효율적이냐, 얼마만큼의 효용가치(utility, use-value)를 내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경제주체가 기업일 경우에는 목적과 행위가 꽤 명확합니다(물론 올바른 분석을 했을 때에만 명확성이 보입니다). 그런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주체들의 상호행위가 ‘거래’ 즉, '관계'입니다. 

이런 목적에 따른 행위의 효용가치와 그런 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에 대한 고려가 주도면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이전가격분석의 초석입니다. '정상가격원칙’의 근간이 되는 OECD모델조세조약 제9조 문구를 보면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에서 각 당사자들이 가진 목적,행위,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필연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제3자간의 상업적/재무적관계와는 다른 조건(특수조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는 무엇이 과연 제3자간의 상업적/재무적관계이냐라는 의문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어진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에 대한 모든 사실관계를 그대로 왜곡없이 받아들어야 합니다. 특수조건의 범주안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그런 사실관계를 가감없이 받아들인 후, 당사자의 목적과 행위의 효용가치 및 효율성(또는 당위성)을 따져본 후에 주의깊게 결정해야만 하지요. 비록 그런 사실관계 자체가 비록 다국적기업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환경을 결코 제3자들이 겪지 않는다'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모든 이전가격분석에 있어서 '기능분석'은 상당히 큰 중요성을 띕니다. 

위 12번 예시의 문제점은, 어떤 특정 산업을 논함에 있어 그 산업의 특성상 수입업자가 유명 브랜드제품을 독점 취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해없이, '브랜드 활용권리만으로 사용료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을 제시한 것입니다. Primair와 S가 가진 판권계약 #2와 #3에 관한 상호간의 목적과 그에 따른 협상력의 관점에서 올바로 접근했다고 하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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